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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AGE

미키 17,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2025. 4. 22. 09:02

미키 17, 유전자 복제

 

“죽으면 또 다른 ‘나’로 깨어난다. 기억은 그대로, 몸은 새것”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복제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주인공 미키는 위험한 우주 탐사 임무에 투입되는 소모품 - 익스펜더블입니다. 죽을 때마다 기억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몸으로 복제되어 다시 깨어나는 삶을 반복하는데요, 수십 번을 죽고, 또 살아나는 그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미키 17, 유전자 복제

영화 '미키 17'에서 미키가 복제되어서 프린트되고 있는 장면

(출처: Goldderby)


그런데 이런 설정, 정말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게 될까요? 
오늘날의 과학 기술은 이미 복제 인간, 혹은 그에 가까운 존재를 현실로 만들 준비를 차근차근해나가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두뇌 업로드까지 현실 속 인간 복제를 향한 발걸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와 있죠.
정말 우리는 '미키 17' 속 세계를 살아가게 될까요?

 

 

1. 인간 복제,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 생물학적 복제: 돌리 이후

 

미키 17, 유전자 복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기까지 필요한 과정

(출처: 동아사이언스)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는 단순한 과학 실험 그 이상이었습니다. 
돌리는 체세포 핵 이식(SCN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기술을 통해 태어난 생명체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 생물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이 기술은 이론상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이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강한 윤리적 반발과 법적 규제로 인해 대부분 중단되었습니다. 복제 기술은 이미 존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죠.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인간 복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간 배아 복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는 인간 복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명확한 금지법은 없지만, 연방 자금이 투입된 연구에서는 복제 인간 실험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종교계에서도 전반적으로 인간 복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복제를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불교는 생명에 대한 개입 자체에 신중한 태도를 요구합니다. 이슬람권은 국가마다 입장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인간 복제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유전자 편집(CRISPR): 인간 설계의 시대

오늘날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꼽히는 것은 단연 CRISPR - Cas9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잘라내거나 교체할 수 있어, 유전 질환의 치료는 물론, 특정 유전 형질을 설계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가능성은 실제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2018년,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 박사는 CRISPR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조작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죠. 그는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삽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행위는 윤리적 기준을 무시한 위험한 실험으로 간주되어 강한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인간 유전자 설계’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미키 17'의 복제 인간처럼, 
이제 우리는 인간의 의도에 의해 설계된 존재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습니다.

 

🧫 인공 장기 및 조직 재생: '부분 복제'의 시대

 

3D 바이오 프린팅

(출처: Fortune Korea

 

‘인간 전체’를 복제하는 건 여전히 윤리와 기술의 높은 벽에 막혀 있지만, 몸의 일부분을 복제하고 재생하는 기술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줄기세포 치료입니다. 줄기세포는 근육, 신경, 장기 등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재료’로, 이미 난치병 치료나 조직 복원에 활용되며 빠르게 발전 중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기술은 3D 바이오 프린팅입니다. 잉크 대신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 인체 조직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이 기술은
인공 피부, 혈관, 심장, 간처럼 실제 인체 기능을 가진 장기 제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프리드리히 - 알렉산더대 연구진은 심근 세포와 콜라겐을 섞은 바이오 잉크를 활용해 3D 프린터로 인공 심실을 제작했고, 이 심실은 100일 이상 실제로 박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특히 복잡한 장기 구조와 혈관망 형성은 여전히 큰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고 정교한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완전한 장기 이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상상에 불과했던 ‘인공 장기’가 이제는 실험실에서 실제로 박동하고 살아 움직이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을 넘어, 손상된 신체의 회복은 물론, ‘새로운 몸’을 만들어가는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미래에는 복제 인간 없이도 노화나 질병으로 약해진 신체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 가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진화하는 인간'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2. 디지털 클론과 두뇌 업로드: 새로운 형태의 복제

기술은 이제 인간을 복제하는 새로운 방식, 디지털 복제라는 가능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 두뇌 업로드: 또 다른 몸에 ‘나의 정신’을 이어 붙인다면

영화 '미키 17'에서 복제 인간 미키는 죽을 때마다 새롭게 만들어진 육체에 기억을 그대로 주입받고 다시 깨어납니다.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사고방식과 감정, 경험은 이전과 완전히 동일하죠. 그렇게 미키는 죽고, 다시 살아나며 끊어진 적 없는 정신의 연속성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정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실제로 지금 과학계에서도 두뇌의 기억·감정·의식 패턴을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건 바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입니다. 이 회사는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직접 연결하는 Brain - 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개발 중인데요, 최근에는 인간 대상 첫 임상 실험도 시작됐습니다. 

놀라운 건, 실제 임상 참가자 중 한 명은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이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이 현실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또한 MIT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에서는 뉴런 간 신호를 분석해 AI가 학습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감정 반응과 기억 형성을 분석해 ‘나’라는 사람을 데이터로 재현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감정과 기억, 성격까지도 저장할 수 있고, 그것을 새로운 육체나 디지털 존재에 주입할 수 있다면? 
그 존재는 과연 진짜 ‘나’일까요? 아니면 단지 나를 흉내 내는 정교한 복제품일 뿐일까요? 
이제 복제는 단순한 육체의 복사를 넘어, 기억과 의식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 AI 기반 디지털 휴먼: 가짜가 진짜보다 진짜 같을 때

 

프라다와 협업한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출처: Irenebrination)

 

지금은 SNS를 켜면,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플루언서가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활약하는 세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미국에서 등장한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입니다. 약 3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는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고,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 모델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실재 인물이 아닌, 철저히 디지털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또, 우리의 일상에서는 AI 챗봇이 사람보다 더 자연스럽고 공감 가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게임 속 캐릭터, 메타버스 아바타, 가상 상담사 등 디지털 휴먼들이 점점 더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AI는 이제 개인의 말투, 감정 패턴, 사고방식, 취향까지 학습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더 ‘나와 닮은 디지털 존재’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말투는 나를 닮았고, 감정 표현도 비슷하며 결정 방식까지도 유사한 존재. 그것은 유전자가 아닌 데이터로 탄생한 나의 또 다른 모습, 바로 디지털 클론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복제 인간의 디지털 형태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발을 들였습니다.

 

 

 

3. 기술보다 더 어려운 문제: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복제 인간이 실제로 현실화하는 데에는 여전히 ‘윤리’라는 가장 큰 장벽이 존재합니다.

 

🧭 정체성의 혼란: 복제된 ‘나’는 과연 나일까?

 

영화 '미키 17'에서 복제인간 미키 둘이 나란히 있는 장면

(출처: YONHAP NEWS AGENCY)

 

‘나’와 완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나’와 동일한 기억과 감정을 지니고, ‘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 
그 존재는 과연 진짜 ‘나’일까요? 아니면, 나를 복제한 또 다른 타인일까요? 
우리는 종종 기술적인 가능성에 집중하지만, 진짜 어려운 문제는 오히려 그 이후에 시작됩니다. 
복제 인간을 ‘사람’으로 대할 수 있을까? 그들은 나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할까? ‘정체성’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 걸까? 
복제 기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바로 복제된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 법과 윤리의 딜레마: 존재는 복제될 수 있는가?

 

만약 복제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면, 그들에게도 인간과 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할까요? 
그들은 생명체일까요, 아니면 생명처럼 보이기만 하는 정교한 도구일까요? 
복제 인간은 단지 기술의 산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또 하나의 존재일까요? 
과학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적 기준과 법적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복제 인간이 사회의 일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기술적 가능성만을 따질 수 없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마무리

한때는 영화에서만 보던 기술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드론, 인공지능 비서 등 SF가 현실이 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복제 인간도 예외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단지 육체를 복제하는 생물학적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복제나 AI 클론 형태로 현실에 스며들 가능성은 충분하죠.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 상태입니다. 우리는 정말 복제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클론을 인간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미래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복제 인간을 주제로 한 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추천 링크를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DITOR

박태정

Bioinformatics System Dept. ·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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